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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이야기/사진으로 이야기하다

칼갈아요~ 칼가는 할아버지에게 칼 맡겨보셨나요?



칼 갈아요~ 칼 갈아요~ 확성기에서 나오는 듯한 소리를 들은 적이 한두번은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집에서 칼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터라 별 신경을 안쓰고 있었고 사실 칼갈이. 칼을 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고만 있었다.

칼가는 것은 칼을 많이 사용하는 식당 정도에서나 자체적으로 갈아서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칼을 칼갈이에게 갈아보니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전동으로 윙~ 해서 가는 칼갈이가 아닌 정말 숯돌에 칼을 갈아주는 할아버지를 만나서 흡사 아주 어렷을적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정말 30년은 되보였을듯한 자전거와 함께 칼갈이 할어버지는 이동을 하고 계셨는데 자전거 만큼 연배가 많아 보이셨다. 할아버지는 35년동안 칼만 갈아오셨다고 한다. 예전 국어 책에서 배웠던 방망이 깍던 노인이 생각이 나면서 나도 모르게 할아머지 옆에 쪼그려 앉는다.


능숙한 솜씨. 35년이라는 세월만큼 오래되어보이는 칼갈이 장비를 주섬주섬 꺼내오신다.

누구게 : 할아버지 칼가는데 얼마에요?
할아버지 : 3만원~
누구게 : 네? 3만원이요?

순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칼가는게 그렇게도 비쌌단 말인가? 그 가격이면 칼을 사고도 남을건데?? 할아버지는 허허 웃으시면서

할아버지 : 예쁜 사람은 3천원밖에 안받아

ㅎㅎ 순간 오래된 연륜의 유머가 보인다. 할아버지 오른쪽에 보이는 케찹통을 주시면서 다시 한번 작렬한다.

할아버지 : 이 통에 소주로 반만 채워와~
누구게 : 네? 소주를요?
할아버지 : 허허 칼을 갈려면 물이 필요하잖아. 물을 반만 담아오라고

아,,, 정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분나쁘지 않으면서도 재미가 있다. 정말 소주를 드시면서 칼을 갈아야하니 소주를 담아오라는 줄 알았다. 물을 담아서 가져오니 능숙한 솜씨로 칼을 가시기 시작한다.


회색빛이 나는 숯돌을 이용해서 먼저 앞뒤로 슥슥슥 간다. 그에게는 물과 숯돌 그리고 자전거만 있으면 된다. 그 사이에 할머니 한분도 같이 참여하신다. 여러칼을 가져오시더니 다 갈아달라고 하신다.


차가 지나다닌것을 피하기 위해서 차와 차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슥슥 칼을 갈기 시작한다. 앉아있는 자세도 앉아서 발로 숯돌을 고정하는 자세도 아주 자연스럽다.


이번에는 붉은색 숯돌로 마무리를 한다. 스걱스걱 조금의 물로 칼은 새롭게 변신을 한다.

할아버지 : 칼이 잘 잘렸는지 사과가 반을 잘라봐야겠는데?
누구게 : 사과요??
할아버지 : 허허 다 됐으니 뒷삯도 주시오.

마지막까지 웃음을 주신다. 그러시면서 막 갈았으니 조심히 사용라는 걱정도 해주신다. 35년동안 칼을 갈아오시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 유머를 해오신 것일까? 아주 센스이고 멋진 유머는 아니지만 그 세월이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담겨져있다. 왠지 오늘은 장인을 만난듯 기분이 좋았다. 오래된 것에 대한 포근함... 이렇게 블로깅을 하고 트위터를 하는 세상에서 만난 자전거, 할아버지, 숯돌, 오래된 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