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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자극하는 것들/음악과 영화, 그리고 책

형편없는 영화, 형편없는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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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송혜교가 나오는 영화 황진이를 보고왔습니다.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어떻게 급격하게 기분이 나쁘게 만들 수 있는지. 참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감동깊게 재밌게 본 사람도 많겠지만 제가 봤을땐 정말 형편없는 영화였습니다. 캐스팅이 정말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황진이 역을 맡은 송혜교는 황진이보다는 송혜교를 보여주는것 같았습니다. 대체 황진이 영화에 황진이는 없고 송혜교만 있다니, 배역과 일치가 되지 않고 황진이는 제2의 인물이고 송혜교가 주인공인 영화가 되버렸습니다. 또, 유지태에게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역을 맡긴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설픈 분장과 어설픈 표정은 극장을 박차고 나가고 싶은 욕구를 마구 마구 주었습니다. 예전부터 싫어했던 사람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볼때 정말 정말 유지태는 이 영화에서 뺐어야만 했습니다. 그 콧수염은 정말 당장 가서 밀어버리고 싶더군요. 몇몇 액스트라들의 어이없는 말투도 그 시절과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다는점을 확실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북한 소설의 판권을 사들여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던데, 이런 내용을 그대로 만들었다는게 사실 이해가 안갔습니다. 황진이 영화를 보기전에 황진이 인물 자체에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양반이었다가 기생으로 전락한 황진이라는 인물. 그 인물의 내면을 잘 표현해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을 그리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어설프게 몇번 멋있는 말을 했다고 해서 황진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간부분이 지나자 결말이 어떻게 나올지 뻔히 보이는데 곧이 곧대로 진행되는 스토리에 상당히 지루함을 느꼈습니다. 정말 어떻게 안되겠니? 라고 간절히 빌어보았지만 역시나 역시나 우리나라 영화의 뻔한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휴, 한편의 송혜교 영상 화보를 본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예쁜 송혜교를 보시려면 영화 황진이를 보면 될 것입니다.

극장 이야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CGV 목동점에서 보았는데요, 평소에는 근처에 있는 메가박스에서 보지만 시간이 좀 안맞아서 그냥 CGV에서 보게되었습니다.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주변은 현대백화점과 연결되는 곳이라 굉장히 복잡복잡하고 시끄러웠습니다. 영화표를 사는데 역시나 할인이 되는 것이 하나도 없더군요, 오직 신용카드 할인만 되고 적립금은 7,000점 이상이어야지만 영화표로 바꾸어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워낙 CGV를 안가서 적립금을 다 써버릴려고 했지만 그마저 안되서 좌절했습니다. 어찌했건 7,000원이나 주는 액수 그대로 돈을 지불하고 극장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인기가 있는 영화가 아니라 작은 관에서 상영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들어갔습니다. 역시나 그리 크지 않는 아담한 사이즈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음향 시스템이 너무 형편없었습니다. 소리가 여러방향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이건 너무 밋밋한 색입니다. 음악을 듣는데 예민하다거나 그런편은 아닌 제 귀에까지 그렇게 들리니 이건 문제가 있는게 분명합니다. 정말 이곳에서 액션 영화봤다가는 낭패당하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고 의자역시 어설프게 만들어서 불편합니다. 몸을 의자에 이리저리 맞추어보지만 편한 자세를 잡기가 힘듭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CGV는 왜그런지, 출구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직원수가 너무 없더군요. 결국 사람들이 잘못된 막다른 길까지 가서야 다시 돌아오는 수고를 했습니다.

영화도 마음에 안들었지만 극장도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기분을 망치고 말았습니다. CGV 평소에 마음에 안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실망을 주리라 생각못했습니다.

한국 영화 수준은 점점 떨어지고 극장 수준도 떨어지면서 스크린쿼터를 운운하는 사람들이 참 웃깁니다. 그러면서 영화 요금은 야금 야금 올리고 주말요금까지 받는 꼼수를 부리고 있죠.

주연배우 게런티와 영화 개봉전 마케팅 비용에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누가봐도 어이없고 짜증나는 영화(황진이는 제외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이니까요)를 만드는 데는 무신경한 것입니까? 그냥 잘나가는 주연배우와 마케팅의 힘이라면 잘 될 것 같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