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2008. 1 주걸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다는 이유로 자극적인 영화 위주로 봤던 나에게 살짝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큰 감동을 준 영화다. 예전에 영화를 보려고 영화 사이트등에서 몇번 지나쳤던 제목같다는 생각이 든다. 간단히 보고는 뻔한 중국 영화구나 하는 생각에 지나쳤겠지... 오늘 이런 우연한 만남이 없었다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에 "소주, 담배, 바다, 친구" 이렇게 네가지로 한번에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영화이다. 왠지 예전에 어떤 책에서인지 시에서 인지 봤던 4개의 단어였다. 갑자기 조용한 등대 근처의 방파제에 앉아서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보고 싶어진다. 그러니 예전에 인도 바라나시에서 겐지스강을 하염없이 바라만 봤던 것이 기억이 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루하지 않았던 경험. 그냥 바라만 봐도 영혼이 충만해진다는 것을 느꼈던 기억...
어쨌든 말할 수 없는 비밀 이라는 영화는 우연히 나에게 다가왔다.
중국인에 대한 안좋은 선입견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저 남자 주인공이 마음에 안들었다. 어떻게 영화에서도 저렇게 떡진 머리를 하고 나올 수 있는지? 여배우의 머리는 찰랑찰랑하니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주걸륜의 헤어스타일은 정말 짜증날 지경이었다. 저 마스크로 고등학생 배역을 하고 있다는 자체도 걸렸고, 얼굴 자체도 그리 호감이 가지 않는 어정쩡한 얼굴이다고 생각했다. 다행이 계륜미라는 신비한 여배우때문에 끝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나에게는 비호감으로 보였던 주걸륜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뛰어난 사람이었다. 감독으로도 배우로도 싱어송라이터로도 유명하고 우리나라로 치자면 '비'와 비슷한 인물. 그래서 그런지 영화속에 음악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있다. 기본 스토리자체가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라서 그렇겠지만, 곳곳이 숨어있는 음악들은 상당히 영화 자체를 아름답게 표현해준다.
주걸륜과 계륜미는 실제로 영화속에서 피아노를 치는데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내가 봐도 상당히 수준급의 실력이다. 모두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쳤다는 점에서 크게 박수를 받을 만한 것 같다. 이렇게 음악에 능력이 있는 능력자들을 볼때마다 참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예술가...
우연히 시작한 영화였는데 가면갈 수록 빠져드는 맛이 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식상한 우리나라식의 멜로 드라마나 영화에 지친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 처음에 샤오위(계륜미)가 영화에서는 흔하디 흔한 불치병에 걸려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인물인줄 알았다. 그래서 학교도 자유롭게 다니고 친구도 별로 없는, 그런 여학생. 그러다가 슬며시 식스센스처럼 유령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기시작했다. "이거 그런식의 반전을 노리는 유치한 영화 아냐? 어거지 눈물샘을 자극하려고 드는군"
끝까지 자신의 비밀을 말해주지 않는 샤오위를 보면서 점점 의문은 커져만 갔고. 그로인해서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고 생각이 된다. 아침 5시경부터 보기 시작해서 체력이 고갈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으니...
결론은 아주 생각지도 못한 반전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많은 감동을 주는 내용이었다고 생각이 된다. 마지막 주걸륜이 피아노를 치는 장면과 샤오위가 우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샤오위가 왜 저렇게 슬픈 얼굴을 짓고 있어야만 했는지...
몸이 스스로 반응하는 영화. 나도 모르게 스스로 빠져서 감동을 받는 영화.
기존에 중국영화에 대한 선입견과 멜로 드라마의 선입견에서 벗어나게 해준, 다시한번 나에게 뭉클거리는 심장이 있었음을 알게해준 말할 수 없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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