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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프래그머티스트

프래그 강사님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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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7일(금) 라마다호텔에서 프래그머티스트 첫번째  강사님들의 밤이 무사히 끝났다. 이것저것 많은 준비를 하려고 얼마전부터 바쁜척을 했지만, 여러모로 많이 아쉬웠던 행사였다. 내가 그리고 우리 프래그2기가 주도해서 행사를 준비하지 않아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뭔가, 열정이나 꼭 이 행사를 성공으로 이끌어야겠다는 의식이 없었다고 할까. 프로젝트를 핑계 삼아서, 그리고 명보형이 하니까 라는 생각이 있어서...

준비하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떠나서 그래도 많은 강사님들이 자리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모두 자신들의 일이 있을텐데 단지 우리를 위해서 그런 자리까지 와주시고 몇몇 분들은 날 샐때까지 같이 있어주셨다니 정말 배꼽인사를 몇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가 큰 도움을 드릴 수도 있는 것이 아닌데 와주셔서 후원금도 내주시고 같이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된다. 과연 내가 저런 입장이었으면 금요일 저녁에 와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을까??

그 전날 밤을 꼴딱새고 행사에 참여해서 그런지 집중이 굉장히 되지 않았다. 특히 프래그 소개를 하는 피티 부분에서는 그대로 얼어버려서 머릿속에서 어떤 말을 생각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말이 자동으로 나오는 것처럼 어색한 피티를 하고 말았다. 우리 프래그가 청중이 아닌 쟁쟁한 강사님들 앞에서 피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 더 분명한 이유일 것이다. 더 멋지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을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피티였다. 하기 싫었을때 작업한 피티이고 생각도 별로 하기 싫었기 때문에, 뭔가 진실이 뭍어나는 피티가 될 수 없었을 것 같다.

행사를 마치고 뒷풀이에서도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에 공감을 하면서 참여를 할 수 없었다. 다들 이야기 하는 것이 나와는 동떨어진 세상의 이야기를 한 듯이 난 멀찍히 지켜보기만 하고 듣기만 했었다. 뭔가 충족되지 않는 이상한 느낌. 몸이 몹시 피곤했고 내 안에 쌓여있는 그 무엇인가가 툭 터져서 나오지 않으면 그 다음부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성향 때문에, 정말 죽은언어로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뻔한 대화는 나를 죽이는 것 같다. 이런 질문을 하면 이런 답이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을 해버리기 때문에 굳이 그 질문이나 말을 하지 않는다. 담백하지 않은 거품이 끼어버린 대화는 나를 정말 식상하게 만들어버린다. 의미없는 단어들 죽은 언어들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지루하다.

그래도 나중에 임문수 지사장님과 김종우 대표님과의 대화는 꽤 즐거웠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고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평상시에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대화는 언제나 유쾌하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그 분들과의 대화는 즐겁다. 대화를 하면서 난 많은 것을 이야기를 할 수 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알려주실려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냥 공짜로 이것저것을 다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보다 나은 사람들. 내가 존경하고 싶은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것 같다. 만약에 정재윤 대표님이 아직도 우리 곁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평소에도 많이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프래그를 하면서 나의 큰 중심축이었는데 그것이 쑥 하고 빠져나가버린 기분이다. 그리고 너무 허전하고 뭔가 비어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김창 부장님도 마지막에 두렵다고 하셨는지 모르겠다. 비어버린 곳에 어떤 것이 채워질지 몰라서. 나에게는 과연 어떤 것들이 채워져있을까? 사실 안채워졌다가 답인 것 같다. 그냥 살짝 가림막으로 가려놓고 그 위에 이것저것 치우지 않고 쌓아놔버린 정보들 경험들 지식들. 어느순간 푹 하고 꺼져버릴 것 같은 무서운 것들. 그래서 김창 부장님도 그렇게 말을 하셨나보다. 그리고 유경이와 나에게 말씀해주셨던, 성급하게 판단하는 조금 머뭇거려서 판단한다는 이야기에 정말 깜짝 놀랐다. 정말 나이와 경험등은 무섭다. 많은 사람들을 관리해보고 만나셨던 분들의 예리한 감각이란... 정말 쉽게 생각할 수 없게 만들고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내가 프래그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경험들을 할 수 있었을까?

단 하루였지만 이것저것 많은 일들이 있었고 수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많은 좋은 강사님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고 그 많은 강사님들에게 이 생각 저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이미 강의를 해주신 고마운 분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지금 생각하면 참 흐뭇하다. 이제 처음 해본 행사였으니, 이번에 미비했던 점들을 다음에는 더욱 멋지게 그리고 더 많은 분들이 오실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보고 싶다. 다시 한번 행사에 와주신 강사님들 그리고 마음만큼은 같은 곳에 있으셨던 다른 강사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